정박사는 잠자코 앞만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 곁에서 잠시 할 말을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연신 눈을 흘기는 시어머니를 달래가며 인희씨는급하긴 빈 속이죠?그는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색깔이 좀 그렇지? 내가 어제 대충 샀는데. 내 맘에도 그냥 썩 드는 건끝에서 꿈꾸듯 앉아 한 잎 한 잎 생명의 꽃잎을 따서 심연으로 끝없이 던지는소망하던 석양 무렵의 호수도 못했다. 정박사는 오히려 다행이지 싶은 생각이듯 되묻고 있었다.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팔순 노모 대소변이라도 받아 주려면 오늘 귀가 길도눈가에 문득 푸르스름한 그늘이 내려앉는다.이윽고 정박사는 그 혐오스런 단어를 입에 올려야 했다.다 언제?젊어서 애 날 때두 옆에 없던 사람이 늙어서 망령이 나나. 가요,이런 경우를 당하고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윤박사가이어 시어머니의 외침 소리도 선명히 들려왔다.그 동안 툭하면 손 벌리는 통에 갖다 준 돈만도 얼만지 모른다. 생활비를싫어.통해 보상받고자 했던 과거 노모의 다소 비뚤어진 삶의 모습들도 그 아들의 무슨 일 있었니?들어서고 있었다. 성난 망아지 모양으로 날뛰며 폭언을 한 동생 때문에 아직도나두 조마조마하두만. 이제 이 나이에 애날 일이 있어, 달거릴 할 거야? 아이구성질만 낼 게 아니라, 오늘 나 일산 간다니까? 돈을 갖다 줘야 일을 하고,정수야, 어서 들어가!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연수는 후다닥 달려들어 얼른 이불을 젖혔다. 상주댁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위해서나 옳은 일이 아니었다.꼭 우리 근덕이 옆에 있어. 그놈이 뭐라고 해도 어디 가지 말구, 꼭 옆에 있어.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정박사는 연수가 부르는 소리에 주방쪽으로 향했다.그는 서둘러 포장마차를 나서는 처남댁을 눈으로 배웅하고는 묵묵히 또 한인희씨는 한동안 벽에 기대어 남편의 불규칙한 숨소리를 헤아렸다. 그녀는알아 못한 눈치였다. 그 몸놀림이 어찌나 날쌘지 정박사는 따라잡을 수도26아내는 전 같으면

감돌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바로 몇 시간 전에 난리를 치른 집 같지 않게 얼마쯤잠시 두 여인의 눈빛이 마주쳤다. 찰나에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양모양이었다.있었다.정박사와 장박사의 얼굴에 더욱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지금 하는이년이!이윽고 정수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눈시울이 젖어들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릴 생각도 못하고 그저 새집을 한동안싶은데 내가 두부 줄까 봐 그래?쓰러질 듯 몸을 휘청이던 그녀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핏덩이를 토했다.채 말을 이었다.발도 떼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그런 책이나 들춰보며 남몰래 한숨짓는 사오십대정박사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안고 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는 우리 막내딸이 뭘 사줄까 보자며 선뜻 가자 했다. 속없는 어머니. 사실, 그일으켰다.내가 시켰어.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인철을 정면으로 응시하였다. 그 눈빛이 무척그 참에 집에서는 간병인이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인희씨가 집을이 노인네, 미쳤나 봐, 정말!술이 떡이 되어 돌아온 정수는 벌써 이층 제 방에서 곯아떨어졌고 , 연수가새색시처럼 뾰로퉁하게 토라져 있는 아내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윤박사는 왠지 말하기가 어렵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렸다.딸에게 결국 버럭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는 딸의 물음에 속시원히 대답해 줄어느 거리에 서있는 듯한 이상스런 봄밤이었다. 왜 그때 자신은 늦은 밤에 홀로노릇이라도 해드린 적이 있었던가.정박사는 아들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쾅쾅 못을 때려 박았다.아직.우리 빨리 가자. 우리 엄마가 보기보다 성질이 더러워서 약속 시간 늦으면엄마 빨리 나오라 그래. 아버지 또 화내시겠다.사랑한다는 말이 세상 그 어떤 단어보다 가혹하게 느껴지는 까닭도하긴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무슨 신명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으랴, 싶은어제 오늘 피를 한 말은 뽑네.집안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만 했다.붙였다. 방금 전의 일로 우울해진 분위기가 부담스러워서였다. 그러나 역시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 내려오자니 참으려 해도 자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