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과거와 달리 성병을 광범위하게 보고 있단다. 과거에는 단지 남녀의 성교에 의해서 전염되는 전염성 질환을 성병이라고 불렀어. 그래서 임질과 매독, 성병성 임파육아종이나 연성하감과 서혜부 육아종 등을 성병으로 보았지. 하지만 오늘날에는 남녀의 성교 뿐만 아니라 피부접촉 또는 수혈 등 성으로 인해서 생기는 질환을 넓은 의미에서 모두 성병이라고 부르지. 첨규 콘딜룸, 전염성 연속종, 옴, 트리코모나스증, 칸디다증, 음모이증, 음부포진, 비임균성 요도염, 그리고 에이즈 등을 모두 성병에 속한단다. 지금 대부분의 성병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단 성병에 걸리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단다. 왜냐하면 너도 알다시피 상당수의 성병이 치명적이기 때문이지. 치료 방법이 잘못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더욱 위험하지.”“사람은 한 번 죽으면 모든 것이 아주 끝나버리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성당에서 말하는 것처럼 육신은 썩어도 영혼은 영원한 것일까?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단 죽으면 영혼은 전생의 죄과에 따라서 다시 여러 가지 형태의 동물이나 식물의 몸을 걸치고 태어나는 것일까?”“대학의 학과 선택은 결말이 났니? 아직 1년하고도 반이 남았으니 곰곰이 생각하렴. 가치 있는 일은 꼭 고뇌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예, 엄마. 별일 아닐 거예요.”은별이가 가고 난 후 봉식이는 한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은별이와의 입맞춤은 지금까지 봉식이의 생애에 있어서 낯선 이성과의 첫 번째 입맞춤이었다.“영숙아, 너무 막내처럼 그러지 말아라. 나는 가끔 어리둥절할 때가 있구나. 우리 영숙이가 이렇게 덩치도 크고 엉덩이도 딱 벌어지고 게다가 말하는 모습까지 어른스러워서 벌써 숙녀가 다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틈엔지 이렇게 철부지처럼 어리광을 부리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단 말이야.”“아, 아주머니 밤늦게 웬 비행기입니까? 저는 비행기만 타면 어지럽고 멀미가 나서 참을 수 없어요. 작년 여름에 중국 땅에 가서 그 넓은 곳
“이상하지 않아? 여보, 토요일 저녁이면 봉식이가 언제나 시구들과 한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한 후 독서실에 갔잖아? 전화 한 통화도 없고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단 말이야.”엄마가 비단 머플러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어깨에 둘러매고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였다. 머플러에는 초록색 대나무를 배경으로 팬더곰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애인이 있어야 알지 뭐. 오빠, 나는 오빠 같은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어. 오빠는 너무 사람이 차가운 것 같애. 내 친구들이 나보고 뭐라고 그러는지 알기나 해? 목석 같은 사내를 짝사랑하는 은별이가 가엾다고들 그래.”“네 말도 상당히 논리적이로구나.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달라요. 우선 네 성격을 보렴. 국민학교 때까지만 해도 너는 겁없고 수줍음도 안 타고 늘 웃고 지냈었어. 그런데 지금은 어른처럼 침착하고 어떻게 보면 냉정하고 쌀쌀맞기까지 하단다. 네 성격도 이렇게 변하지 않았니? 물론 유전적으로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그것도 사회 속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서서히 외부의 영향과 함께 자기 자신의 힘에 의해서 변하지 않겠니? 학자들은 성격이 발달한다고 보는데, 크게 보면 심리가 성과 연관해서 발달한다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심리는 사회와의 관계에서 발달한다고 보는 이론도 있단다.청소년의 고민과 사랑영숙이가 어제 친구들과의 대화를 되뇌이고 있는 사이에 엄마가 어느새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은별아, 너는 언젠가 내게 말했지. 마치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나도 너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너를 또, 내가 너를 단지 동생처럼 좋아할 뿐이라고 고집을 부렸지.나는 보통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위를 한다. 아빠가 가끔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대강 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너무 자주 자위를 하지 않는가 했는데 형식이와 얘기해 보니 형식이는 하루에 한 번이 보통이고 하루에 두 번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바쁘다 보면 3일도 거를 때가 있다.“봉식아, 무슨 일이 있니? 얼굴빛이 매우 어둡구나.”민자는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