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숙제는 다하고 이렇게 나온 거니? 조금 있으면 기말시험이 있지 않니? 둘이 다 현재 수준은 유지하여야 하지 않니?”또 학교에서 논술 공부를 하면서도 최근의 정치나 경제 사태에 관해서 비록 형식적으로는 제대로 쓴다고 하면서도 국어 선생님의 설명에 대하여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4. 성욕과 인격은 전혀 관계가 없는지, 그리고 만일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성질의 것인지 알아보자.“엄마, 어미가 자식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는데 왜 모성애가 이기적이라고 그러는 거예요?”나는 세진이와 입씨름을 계속하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허전하고 서글펐다. 기집애 죽기는 왜 죽어? 고등학교 1학년이면 인생의 최고 시절이고 드높은 상상과 꿈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나이인데 왜 죽으려고 해? 나는 속에서 이유 모를 울화통이 치미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그래요 엄마. 인간은 참 이상해요.”봉식이는 진정으로 태용이가 걱정되어 물었다.깐깐이 선생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명상에라도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아빠도 뜨겁고 매운 것을 먹으면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엄마는 영숙이를 가볍게 안고 여전히 나지막한 음성으로 영숙에게 말하였다.“마지막으로 인류애나 종교적 사랑을 들 수 있어. 그런 것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힘들다는 거야. 흔히 남녀간의 애정이 가장 대표적이며 정상적인 반면 충동적인 매춘, 색정 등은 비정상적인 성욕의 표현이란다. 그리고 인류애나 종교적 사랑 등은 남녀간의 관계를 뛰어넘는 성욕의 표현이라는 것이지.”봉식이는 뻣뻣한 눈을 비비면서 아빠의 남은 일기를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그러고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했어요. 하지만 여보, 우리 여자들이 보기에는 더 많이 변해야 돼요. 조선조 때는 중국의 이혼법을 받아들여 여자에게만 칠출삼불거가 적용되었어요. 여자를 남편의 가문에서 쫓아내는 일곱 가지 조건이 칠출이고, 칠출에 해당해도 쫓아내지 못하는 것이 삼불거였어요. 시부모 잘 섬기지 않는 것, 자식 없는 것, 음란, 질투, 문둥병이나 간

영숙이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봉희야, 어른이 조찬을 드시는데 아침부터 전화해서 소화 불량에 걸리게 만들 거니? 너도 이제 중학교 일학년 여학생이 되었으면 분수가 있어야지.”“이거 죄송합니다. 집사람하고 같이 와야 아주머니가 만드신 이 맛있는 갈비를 함께 맛보고, 또 아주머니와 집사람이 오랜만에 말 상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친정에 볼일 때문에 가게 되었어요. 이집 갈비는 언제 먹어도 맛이 있어요. 집사람보고 아주머니에게 배우라고 했지만 집사람이 배운 대로 만든다고 해도 집에서 먹으면 이런 맛이 나질 않아요.”“여보, 당신은 정신과 의사인 나와 살더니 완전히 내 스승님 같은 말만 하는구려. 그래요. 성과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에요. 지금까지 우리는 성과 사랑에 대해서 지나친 편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에요. 이제 우리들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솔직히 털어놓고 모든 것을 대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들은 괴상한 별명이라든가 아니면 혐오감이 가는 별명은 전혀 만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희들은 창조적인 별명만을 만듭니다. 예컨대 메뚜기라든가, 막걸리, 코알라 그리고 깐깐이 등과 같이 개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별명만을 만들어요.”아빠가 또 갑자기 웃음을 폭발하였다.“그렇다면 개인과 사회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겠네요?”이때 영숙이 엄마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미애야, 앞으로 나뿐만 아니라 우리반 아이들과 서로 우정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자.“얘야, 섭섭하다. 내가 꼭 대답해야만 너는 아니? 참답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눈빛만 보아도 서로를 안다는데 너는 가끔 엉뚱한 세상에서 살다 온 것 같아서 섬뜩한 생각이 든단다.”“그런데 엄마는 내 나이 때 남자친구가 없었어요?”“네가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잖니? 만일 이 세상 사람들이 오직 너만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은 도외시한다면 너말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보람으로 살겠니? 말장난